'실리콘밸리 2전3기' 미띵스…"R&D 제외 모든 직원 미국인 채용"

입력 2017-05-28 19:21  

스트롱코리아 - 스타트업이 산업판도 바꾼다 (3)·끝 K스타트업의 해외생존 고군분투기


[ 송형석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엔 제2의 구글, 페이스북을 꿈꾸는 한국 기업인이 적지 않다. 내수시장이 좁은 한국을 벗어나야 글로벌 기업을 일굴 수 있다고 판단해 실리콘밸리에 근거지를 마련한 기업들이다. 하지만 이곳은 이방인에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매년 수백 개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되돌아간다. 비디오 채팅을 통해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는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미띵스(Methinks)도 천신만고 끝에 실리콘밸리에 정착한 사례다. 지난 3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등 세 곳의 벤처캐피털(VC)로부터 8억5000만원을 투자받기 전까지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미띵스의 2전3기

지난 15일 윤정섭 미띵스 대표를 실리콘밸리 팰러앨토 지역 유명 법무법인인 윌슨손시니굿리치 앤드 로사티에서 만났다. 지난 1년여 동안 이곳을 본사처럼 썼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윤 대표는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빈 회의실을 빌려달라고 떼를 썼다”며 “비용을 아껴 사람을 뽑고 연구개발(R&D)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창업 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보기술(IT) 전문가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소니를 거쳐 NHN에 입사했고 2006년엔 NHN 미국법인 대표도 맡았다. 스타트업 경력도 있다. 2010년 현지 스타트업인 아웃스파크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했다. 전문성과 경험을 두루 갖춘 준비된 창업자였던 셈이다.

2013년 그의 첫 창업 아이템은 가족 이용자를 겨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이었다. 처음엔 일이 술술 풀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징가 등 미국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인재들을 영입했고, 5억원 안팎의 초기 투자도 받았다. 하지만 시장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게임 출시 후 1주일이 지나자 초기 이용자의 90%가 접속을 끊었다. 윤 대표는 “가족들과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는 것을 몰랐던 게 실수였다”고 했다.

윤 대표는 5억원 중 4억원을 까먹고, 다섯 명의 팀원 중 두 명이 이탈한 상태에서 두 번째 게임 개발에 들어갔다. 가족이 아니라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소셜 게임으로 사업 방향을 수정했다. 문제는 게임을 테스트하는 단계에서 불거졌다. 예상과 달리 여성 고객 비중이 80% 넘게 나왔다. 팀원 중 여성이 아무도 없다 보니 이용자들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다. 여성용 게임으로 갈지, 완전히 게임의 골간을 바꿀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결국 두 번째 게임은 정식 출시도 하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다.

실패가 거듭되자 ‘벼랑 끝’에 몰렸다. 남은 돈은 300만원뿐이었고 팀원도 한 명만 남았다. 윤 대표는 과감히 게임을 버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도전하기로 했다. 고민 끝에 찾아낸 새로운 사업 아이템은 윤 대표를 끊임없이 괴롭힌 ‘타깃 소비자 찾기’였다. 자신과 똑같은 이유로 사업에 실패하는 스타트업이 많을 것으로 판단해 저렴한 가격에 심층적인 시장조사가 가능한 비디오 채팅 앱을 만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 주류사회 공략해야”

미띵스 앱은 평균적으로 2~3주의 시간과 5만달러 안팎의 비용이 드는 FGI(focus group interview·표적심층조사)를 1주일 이내에 10분의 1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스타트업과 VC들이 이 앱에 열광하는 이유다. 윤 대표는 “시장조사가 필요한 기업과 소비자를 비디오 채팅으로 연결하고 인터뷰에서 나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며 “다양한 연령과 인종, 교육 수준을 가진 1만8000명의 패널을 확보한 이후엔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띵스는 세 번째 상품의 성공으로 한숨돌렸다. VC로부터 펀딩을 받았고, 직원도 10명으로 늘렸다. 윤 대표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화다.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도 시장조사 패널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대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표에게 미띵스가 되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시장이 넓다는 실리콘밸리의 특징을 잘 이용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처럼 내수시장이 좁았다면 ‘니치 마켓’을 노린 서비스를 내놓긴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영 전략 측면에서도 한국인 창업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시사점이 많았다. 미띵스는 자금이 쪼들리는 시기를 ‘개발은 한국, 판매는 미국’이라는 전략으로 버텼다. 그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직원에게도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 이상을 줘야 하는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를 뽑는 일은 돈낭비”라며 “국내 개발자의 수준도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그 대신 마케팅과 세일즈는 철저히 미국에 초점을 맞췄다. 현지 직원 다섯 명을 전부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으로 뽑은 것도 미국 주류 사회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윤 대표는 “미국이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끼는 사람에게 마음이 기우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고객을 만날 때도, VC에 펀딩을 받을 때도 백인이 유리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팰러앨토=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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